[작가노트]조각과 가족 사랑이야기
땅의 나이를 24시간이라 할 때 사람은 23시 59분 59초의 99″에 태어나 너무나 짧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땅의 주인 행세를 하고있다. 생명의 본질이 생존이라 할 때 사람들은 너무 빨리 진화하여 종착역이 가까워 보인다. 물질문명의 진화는 결국 인간을 파멸로 몰고 올 것이다. 정신의 진화만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바른 길이다. 몇 년 전 영혼의 진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갖고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생각케하였다. 진화의 진앙지를 바로 나로 생각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것은 간단한데서 답이 나온다. 본질에 충실하는 것. 신이 준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그 본질 가운데 가족을 중심으로 보았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일은 자식을 낳고 올바르게 기르는 일이다.” 이것이 내 작품의 소재이며 그 속에는 사랑과 희망이라는 주제가 들어있다. 내 작품에서 그 누군가가 따뜻함을 가져간다면 나는 만족한다. 그것은 내 작품에 따뜻함을 가지고 작업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대리석은 차갑지만 그 속에는 따스한 태양과 지구의 오랜 열을 머금고 있다. 정과 망치로 다듬었을 때 속에 있는 따뜻함이 우러나온다. 본질이 숨겨진 화장이 아닌 자연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리석에 우리의 따뜻한 가족을 담고 싶다. 그것이 조각하는 내 사명이다.
200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