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돌의 결이 전하는 소녀이야기
연구 기획 인재희
차가운 대리석 돌에서 수줍은 듯
하얀 여인들이 봄바람 맞으며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아름답다… 따뜻하다……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가슴이 충만해진다
이 행균 작가는 20년 동안 돌 작업을 해 온 조각가이다. 광주 사태와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던 80년대 대학생 시절, 작품이란 사회에 공헌하고 민중을 대변해야 하며 힘들어 하는 노동자의 진솔한 삶을 표현해야 한다는 민중미술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다 점차 모든 사회문제는 인간 정신 의지의 문제이고 그 해결은 영혼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인간 내면의 세계를 진지하게 작품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때 나온 작품이 2003년도 발표된 두 개의 나, 영혼의 진화, 생명의 고리, 윤회 등을 다룬 작품이다. 2m 짜리 큰 돌을 깨어서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면 그 즐거움은 짜릿함을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그는 천상 조각가다…
우리에게 주는 그의 메시지는 강했다 .2003년도 ‘두개의 나’ 는 두 발로 서서 사색하는 인물과 해부학 적으로 묘사된 거꾸로 선 인물을 묘사했다. 두 개의 인물은 같은 나이고 분리 할 수 없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2006년도 무 사유 시리즈는 목 잘린 반가 사유상, 두뇌 공간이 텅 비어있는 추상화된 얼굴 형태, 육중하게 자리 잡고 생각에 잠겨있는 남자의 신체는 생각을 비우는 능동적인 실천의지야 말로 인간 존재의 진정한 회복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의식이란 것을 20세기에 꼭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보는 관객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조각을 했을 것인가 ? 이런 물음 속에서 작가는 내면의 사유 의식표현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혼의 진화를 위해 자신을 토해내듯 작품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우리들의 내면으로 들어와 우리 영혼을 흔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완벽한 발명품이라 여긴다. 가정의 화목은 세상을 구하고 가정의 평화가 세상의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 이행균
.2001 가족‘작품을 보면 이제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을 가족을 떠올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내서 시각적으로 편안하다.
특히 최근 작품에서 돋보이는 작업은 여인의 조각이다.
“아름다움이야 말로 모든 예술의 궁극적 원리이며,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다”라고 말한 괴테의 말을 실현시키기라도 할 듯이 그는 완벽한 아름다운 여인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에도 결이 있다. 정질이 지나갈 때 결을 거스리면 돌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깨진다. 결대로 쪼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2012. 6 이 행균
그의 작품에서는 이미 단순한 손의 기능성을 뛰어 넘는 세련미가 느껴진다. 한국 사실주의 조각가의 한 영역을 개척한 강관욱의 수제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구현되는 사질적인 테크닉을 가지고 있다. 정밀한 기술은 형태미를 세련되게 하고 이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선을 그대로 빠져들게 한다.
2007년 화랑 미술제를 통해 발표한 대리석과 브론즈를 조합하여 만든 여인 시리즈와 결혼이야기는 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희고 부드러운 대리석으로 지그시 감은 눈과 가녀림 손끝, 날리는 머리카락을 묘사하고 , 단단한 브론즈로 얇고 매끈한 다리를 만들어 안정된 형태미를 유지해 주고 있다. 소녀들이 들고 있는 꽃과 바이 올린 등을 보면 그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금 우리시대, 우리 곁에 와 있는 국민 조각가이다.
스스로도 조각계의 조용필이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만큼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조각을 실험하고 있다. 생명-도시에서는 달걀형태의 깨진 틈 사아로 LED광을 내뿜는 도시가 있다. < 부유하는 섬>은 내부에 전류로서의 자석이 작동케 하여 물 위에 계속 돌이 부유하게 했다. 세종 문화회관 앞과 성남 율동공원에서 돌 작업 과정을 일반인에게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근엔 돌과 유리를 조합하여 따뜻한 가족이야기와 어린왕자이야기를 동화처럼 엮어내는 작품을 구상 중이다. 항상 새로움을 찾아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들고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고 깨워 주고있는 진정한 예술가다 .
지금도 그는 우리의 영혼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